기도의 방향을 바꾸라

우리는 하나님께서 구하는 자에게 주신다는 약속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아무리 간절히 기도해도 응답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믿음이 부족해서일까요? 정성이 부족해서일까요? 아니면 기도의 때가 차지 않아서일까요?

그런데 야고보 사도는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정욕으로 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욕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고보서의 문맥을 살펴보면,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다툼과 분쟁의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기도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 분쟁과 기도의 문제

야고보서를 보면 당시 교회에는 심각한 다툼과 싸움이 있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험한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고, 야고보 사도는 "한 입에서 저주와 찬송이 같이 나올 수 없다"며 말을 조심하라고 권면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기도하느냐는 것입니다. 대부분 "나는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 하에 기도하게 됩니다. 어느 시골 교회 권사님의 기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권사님은 매일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우리 목사님이 좀 변하게 해주세요. 더 사랑이 많고 더 섬기게 해주세요. 우리 집사님들이 정말로 회개하게 해주세요. 특별히 우리 교회 장로님들이 반성하고 돌이키게 하여 주세요. 우리 교회의 문제는 장로들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만 변하면 우리 교회가 부흥할 겁니다."

이 기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교회의 모든 문제를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욕적인 기도입니다.

양심에 호소하는 야고보의 메시지

야고보 사도는 신앙인의 인격과 양심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치 화가 난 목사에게 아내가 "그래도 당신은 목사잖아. 당신은 하나님의 사람이잖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힘 있는 진리를 상기시킵니다.

"위로부터 난 지혜는 성결하고 화평하며 긍휼한 것이다"라는 기본적인 말씀이 힘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야고보는 "예수가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 예수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통해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분쟁이 있는 교회에서 "교회는 주님의 몸입니다"라는 기본적인 설교를 했을 때,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몸인데 뭐 어쩌라고! 지금 문제가 있는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라고 반응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고집스러운 마음이 우리를 지배할 때, 가장 기본적인 진리마저 힘을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일상적 필요와 정욕적 기도의 구분

그렇다면 일상의 필요를 구하는 것이 모두 정욕적인 기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병을 고쳐달라고 하는 것, 사업이 잘되게 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정욕적인 기도는 아닙니다. 또한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악하게 기도하지 않습니다. "옆 가게가 망하게 해주세요", "다른 교회가 깨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원사의 기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보드랍고 포근한 비를 내려주시되, 선인장에는 내리지 말게 하시고, 낮에는 햇빛이 따사로이 비추되 조팝나무와 용담에는 비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식의 자세한 기도와, 우리가 일상에서 드리는 "병이 낫게 해주시고, 사업이 번창하게 해주시고, 자녀가 건강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을까요?

문제는 기도의 내용이 아니라 기도의 방향입니다.

진정한 문제: 기도에서 빠진 '나'

우리 기도의 진정한 문제는 세상을 바꾸기 원하는 기도에, 교회를 회복하기 원하는 기도에 내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헌신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우리 남편이 회개하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고, 교회에 문제가 있으면 "하나님, 우리 목사님을 변화시켜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며, 세상에 문제가 있으면 "세상을 변화시켜 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야고보가 말하는 올바른 기도는 이렇습니다: "나를 변화시키셔서 나의 남편을 변화시켜 주옵소서!", "내가 변해서, 내가 섬겨서 교회가 하나님께 영광 되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 안에 내가 들어 있지 않으면, 세상이 다 바뀌어도 자기는 변화되지 않습니다. "나를 바꿔 주소서, 나를 변화시키셔서 나의 가정을 변화시켜 주옵소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결론: 정욕이 아닌 기도

정욕으로 구하지 않는 기도의 핵심은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로부터 난 지혜가 무엇이지? 겸손이라고 하셨지? 성결하라고 하셨지? 화평케 하라고 하셨지? 긍휼하라고 하셨지? 분내지 말라고 하셨지?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십니다. 그런데 그 기도에 내가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 오늘 야고보 사도가 온 교회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나의 헌신이 빠진 기도는 정욕적인 기도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정욕이 아닌 사랑으로, 교만이 아닌 겸손으로,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이 먼저 변하는 기도의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고 응답하시는 기도의 참된 모습입니다.